自由의 鐘을 亂打하는 打手의 一翼을

自由의 鐘을 亂打하는 打手의 一翼을





상아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질풍과 같은 역사의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이성과 진리, 그리고 자유의 대학정신을 현실의 참담한 薄土(박토)에 뿌리려 하는 바이다. 


오늘의 우리는 자신들의 지성과 양심의 엄숙한 명령으로 하여 사악과 잔학의 현상을 糾彈(규탄), 匡正(광정)하려는 주체적 판단과 사명감의 발로임을 떳떳이 선명하는 바이다.



우리의 지성은 암담한 이 거리의 현상이 민주와 자유를 위장한 전제주의의 표독한 專橫(전횡)에 기인한 것임을 단정한다. 


무릇 모든 민주주의의 정치사는 자유의 투쟁사이다. 그것은 또한 여하한 형태의 전제로 민중 앞에 군림하든 ‘종이로 만든 호랑이’같은 헤슬픈 것임을 敎示(교시)한다. 


한국의 일천한 대학사가 赤色專制(적색전제)에의 과감한 투쟁의 巨劃(거획)을 掌(장)하고 있는 데 크나큰 자부를 느끼는 것과 똑같은 논리의 연역에서, 민주주의를 위장한 白色專制(백색전제)에의 항의를 가장 높은 영광으로 우리는 자부한다.



근대적 민주주의의 근간은 자유이다. 


우리에게서 자유는 상실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아니 송두리째 박탈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성의 혜안으로 직시한다. 


이제 막 자유의 戰場(전장)엔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당히 가져야 할 권리를 탈환하기 위한 자유의 투쟁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다. 자유의 戰域(전역)은 바야흐로 풍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민중의 공복이며 중립적 권력체인 관료와 경찰은 민주를 위장한 가부장적 전제권력의 하수인으로 발벗었다. 


민주주의 이념의 최저의 공리인 선거권마저 권력의 마수 앞에 壟斷(농단)되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및 사상의 자유의 불빛은 무식한 전제권력의 악랄한 발악으로 하여 깜박이던 빛조차 사라졌다. 


긴 칠흑 같은 밤의 계속이다.



나이 어린 학생 김주열의 懺屍(참시)를 보라! 그것은 가식 없는 전제주의 전횡의 발가벗은 裸像(나상)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저들을 보라! 비굴하게도 위하(威)와 폭력으로써 우리들을 대하려 한다. 우리는 백보를 양보하고라도 인간적으로 부르짖어야 할 같은 學究(학구)의 양심을 강렬히 느낀다.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打手(타수)의 一翼(일익)임을 자랑한다. 일제의 철퇴 아래 미칠 듯 자유를 환호한 나의 아버지, 나의 형들과 같이….



양심은 부끄럽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영원한 민주주의 사수파(死守派)는 영광스럽기만 하다. 


보라!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 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양심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의 열렬한 사랑의 대열이다. 모든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




―1960년 4월 19일,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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